시도
20221220


집에 들어와서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눈사람을 꺼내어 컵에 넣어두었다. 잠들기 전 다시 모습을 보았을 때도 꺼낼 때와 그리 다르지 않던 녀석. 한겨울인 탓에 아마 꽤 오래동안 집에 머물러 있겠지. 그러나 어느 눈 뜬 아침에, 혹은 집으로 돌아온 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지도.

이따금씩 편지를 쓸 때는 올라퍼 아르날즈의 Letters를 반복해 듣는다. 왼손과 오른손이 함께 또박또박 따듯한 아련한 마음을 써나갈 때,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처럼 해머 노이즈와 키오프 노이즈가 울려서.

한 장의 편지는 옥상 건조대에 걸어두었다. 내일 내릴 비에 젖고, 바람에 날리다보면 사라져 있을거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