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피루스집에서 일어난 다음 간단히 떡과 커피를 먹고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전자렌지의 불빛이 새삼스레 예뻐서 찍었다. 커피는 재작년에 내가 선물해드린 드립백을 아버지께서 직접 내려주셨는데, 오래 되었다보니 쓴맛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 말을 하고나니 아부지께 드립백을 사드린 기억을 짚고 싶어졌다. 몇 해 전, 아버지께서는 내가 지금의 일을 하는 것과 미래의 계획에 꽤 근심을 하고 계셨다. 아버지께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의 노력으로 대기업에 취직하신 적도 있고 자영업을 하면서 많은 고충을 겪었다보니, 내가 어떻게든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염려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셨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만날 때마다 내게 다시 생각해보라던 아버지께서는, 재작년 초에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내신 뒤로 그 말을 하지 않게 되셨다. 그날 나는 함께 새해를 보러온 아버지께 두가지 맛의 커피를 내려드리면서 원두에 따른 커피의 맛 차이를 음미하게끔 설명을 해드리고 무엇이 더 취향에 맞으신 지 물어본 다음, 아버지의 취향을 알게되어 기쁘다고 말했을 뿐이다. 겨우 그랬을 뿐인데 그 이후로 미래에 대해 말을 꺼내시질 않으시자, 아버지께서는 그 시간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신 것 같았다. 그런 아버지께 감사해서, 그 해 연말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적적함 보다는 운치라 여기며 가끔은 커피를 내려 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드렸다.
그런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드립백을 보니 뭔가 실수를 한 기분이다. 아무래도 집에는 저울도 온도계도 없다보니...ㅠ 다음번에는 좀더 편하게 내릴 수 있는 커피티백을 사드려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쉬는 날에 안부를 여쭈어 보면서 좀더 부추겨 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걸로-!

밭에 놓인 마시멜로 녀석들.



1. 도고 글로리라고 써져있지만 문이 닫겨 있던 곳. 이름 탓에 괜히 더 허망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더라. (찾아보니 명절휴업이었던 것 같은데, 다행스러우면서도 명절에 온천이 쉰다는게 뭔가 더욱 지금의 처지가 어떤지 실감하게 만들었고...)
2. 온양온천에서 본 고전적인 목욕탕. 나 혼자 왔으면 여길 갔을 것이당
3. 목욕 후에는 역시 바나나맛우유
몇 해 전 아부지와 연휴의 마지막날을 아산온천에서 목욕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아부지께 연휴의 피로도 풀 겸 온천을 다녀오자고 했다. 아산온천 / 온양온천 / 도고온천 중에서 고민을 했는데, 아산온천은 다녀왔으니 생략하고 도고온천은 한번도 가보질 않으셨다는 말에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고온천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어서 그런지 한 곳을 빼고는 쇠락해 버렸더라. 그 광경을 보니 어릴적 자주 갔지만 이제 문닫아버린 부곡 하와이가 생각났다.

온양온천에서 본 동네서점. 요즘 같은 때에도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점이 있다는게 괜히 반갑더라.


아부지랑 목욕을 끝내고는 감자탕집에 갔는데, 낮에 피자를 먹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이 제대로 해소되었다. 뭔가 우리가족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가 피자와 감자탕이거든. 약간 허름한 외관에서부터 믿음직한 기분이 들었는데, 맛도 있어서 대성공이었다.
... 그런데 이집 사장님, 유머감각이 있으시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가는 거라서 괜찮다는데도 이렇게 배웅을 해주러 나오신 아부지...🥺